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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특별했던 생일 (22년 9월 19일)

by 달빛3242 2022. 12. 27.

 해마다 내 생일 무렵에 만개하는 선운사 꽃무릇 속에서 

우리 부부와 서울과 논산에 사는 친구와 함께 넷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점심으로 장어구이를 시켰는데 생일이라 했더니 복분자 술을 서비스로 주셨다.

바리스타 친구가 서울에서 부터 준비해온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생일선물까지 챙겨와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조금 힘들어 하는 친구들과 쉬엄쉬엄 쉬면서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숲 속에 앉아 간식으로 준비해온 떡과 과일을 먹으며 밀린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니

여고시절로 돌아간 듯 얼마나 즐거운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아직은 건강한 70대 4명, 도솔암을 지나고 마애불까지 무사히 완주를 마쳤다.

 

 

지난 6월에도 논산에서 이 친구들과 만났었다.

논산 투어를 마치고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지인 누구는 무슨 암으로 죽었고 누구는 투병 중이고...하면서

건강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 오갈 때

뜬금없이 친구들을 놀려보고 싶어졌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나 아미다."

'나 암이다'로 들은 친구들이 갑자기 할말을 잃고 굳어버렸다.

친구들의 놀란 표정을 보며 한 술 더 떠서 말했다

"시한부다."

친구들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좀 더 시간을 끌까 했는데 얼어붙은 친구들의 표정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30년 시한부라고. 이 나이에 BTS 팬 아미라니까."

"너 뭐야! 놀랬잖아!"

굳은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바뀌면서 안도하던 나의 친구들!

 

생일날 이 친구들과 함께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