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을 성직, 전문직, 노동직 이렇게 3가지로 분류할 때 나는 개인적으로 성직과 전문직 사이로 보아야 교사가 행복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전문직과 노동직 사이로 보는 것 같다. 또는 전적으로 노동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전문직으로 보는 학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이런 말을 서두에 꺼내는 것은 교직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직을 어떤 관점에서 보던 간에 일반 노동자와 다른 것은 사실이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물건을 만드는데 10개 만든 사람과 20개 만든 사람의 보수가 똑 같다면 누가 힘들여 20개를 만들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과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교직은 그 업무의 특성상 명확하게 성과를 계산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학생과 교감이 이루어져야 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
교사에 대한 사회적 요구 수준은 매우 높아서 성직자와 같은 기대수준을 요구한다. 어떤 잘못이 있으면 ‘교사가 저럴 수가 있느냐?’ 그러면서 꼭 이런 성과금 같은 문제는 노동자로 취급한다.
노동이 소중하지 않다거나 노동자가 낮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지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어느 선생님이 합창부를 열심히 지도했다. 그래서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그 선생님은 자기 반 어린이의 아침자습과 교재연구가 소홀했다면 이것이 진정한 성과라 할 수 있는가? 그러면 다른 예를 들어보자 1학년 25시간과 4학년 25시간이 어느 쪽이 어려운가? 체육교담 20시간과 2학년 25시간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
이 어려움의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고 학교에 따라 다르다. 그것을 정확히 수량화 할 수 있는가?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 일반담임교사와 보건교사, 영양교사, 도움반교사, 교담교사 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가?
에찌오니는 학교조직을 이원결합조직이라고 했다.
차원이 다른 조직원들을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이미 잘못된 것이다.
학교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비교하는 항목을 살펴보면 1.수업지도, 2.생활지도, 3.담당업무, 4.근무성과, 5.전문성개발 등의 항목으로 알고 있다. 일반교사와 도움반교사의 시수를 직접 비교하는 것, 수업지도를 거의 안하는 영양교사와 일반교사의 비교 등은 도저히 직접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축구선수, 수영선수, 육상선수를 직접비교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런 것을 비교해서 지급기준을 정하고 성과를 수량화하라고 하니 참 힘들고 짜증난다. 대부분의 학교가 일반교사보다 보건교사, 영양교사, 도움반교사, 교담교사, 임신으로 휴직이나 산휴 낸 교사 등의 성과금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들의 입장에서 보라 얼마나 황당한 처사인가. 이것이야말로 다수의 횡포이며 소외된 자의 아픔이 아닌가? 이런 제도가 정말 온당한가?
일반교사들끼리도 그렇다. 어떤 교사 두 명의 성과금지급점수가 똑같은데 수업시수 몇 시간 차이가 나서 성과금이 5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면 이것은 온당한가? (수업시수가 적으면 업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임신으로 휴직 및 산휴를 들어간 교사의 성과금이 낮게 되어 있다.
임신을 장려한다는 정부가 정말 임신을 장려하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또 성과금을 학교 간 비교해서 지급하겠다고 하는데 그 성과의 기준이 뭐가 될까? 아마도 시험성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험성적이 객관성이 제일 높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경제력이 경쟁력이라는데 여건이 다른 학교를 비교하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
가령 A학교가 학년 초 진단평가에서 70점이었는데 학년말 총괄평가에서는 85점으로 15점이 향상되었다고 하자. 다른 B학교는 학년 초 진단평가에서 75점이었고 학년말 총괄평가에서 88점이었다면 과연 어느 학교가 더 성과를 낸 것일까?
물론 A학교는 15점, B학교는 13점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A학교가 잘 했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건 수치상으로는 정확할지 모르지만 직접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점수가 높아지면 더 향상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은 고도의 정신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것을 수량화해서 성과금을 주겠다는 발상이 잘못된 것이다. 되지도 않는 성과 운운하며 교단의 화합을 깨지 말고 아주 주지를 말든지 아니면 똑 같이 수당으로 주는 것이 더 좋겠다.
학교에서 성과금지급기준의 점수화를 보면 저것이 정말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항목인가 아니면 억지로 짜 맞추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법원은 이런 성과금은 온당치 않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판사보다 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판사는 어떤 사건을 있는 법과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재판하면 된다.
우리 교사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견하고 학생들의 능력을 계발하며 바른 인성을 기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찌 이 일이 판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며 어찌 고도의 정신노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교사야말로 그 어느 직업보다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직업이며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것 같이 우리의 교육은 그 교육자체가 성과를 수량화해서 비교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비교가 안 되는 것을 비교하려고 하니 학교에서는 갈등만 생기고 부작용이 많이 생긴다. 우리 속담에 ‘제 것 주고 뺨 맞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 정부는 돈을 주고도 정책에 대하여 비평을 듣게 되는 것이다. 어쭙잖은 평가로 되지도 않는 성과를 측정해서 교사들 사기만 저하 시키고 갈등만 조장하는 성과금은 당장 없애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향상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교육은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표가 좀 줄더라도 먼 장래를 보고 정책을 세우시기를 머리 숙여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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