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의 허와 실
교과부는 올해 일 년에 네 번의 학부모 공개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자녀를 둔 가정의 학부모는 학교에 일 년에 몇 번 수업참관을 해야 할까?
또 중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일 년에 몇 번 수업참관을 해야 할까?
초등의 경우 4-6학년의 자녀가 있을 때 담임교사 4번 교담교사 (영어, 체육 등) 보건교사, 특기적성교사, 영양교사의 수업 등 아무리 적게 계산해도 12번은 학교에 와야 한다. 더 기막힌 것은 중등의 경우이다. 중,고등학교의 이수과목은 12과목 내외라고 한다. 그럼 한 과목에 4번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여하면 적어도 한 아이가 진학하면 40번 이상 학교에 와야 하고 두 아이가 진학하는 가정에서는 80번은 와야 제대로 수업을 참관하게 될 것이다.
어느 학부모가 학교에 이렇게 오겠는가? 요즘 학부모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학교에 한 번 공개 수업을 해도 못 오는 학부모가 60-70%정도이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수십 번씩 학교에 올 수 있는 학부모는 정말 몇 명 안 될 것이다.
한두 번 보고 담임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십 번씩 와서 보고 미주알고주알 간섭한다면 그 고충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나마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학부모가 참관을 하고 교사의 수업에 대하여 판단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학부모가 학교에 드나들며 간섭하게 되면 교사의 설자리는 어디란 말인가?
95%의 지지를 받는 교사라도 5%의 반대만(학부모가 원하면 언제나 몇 회든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함) 있으면 얼마든지 골탕을 먹게 생기지 않았는가 말이다.
전문성이 없는 학부모에게 공개수업을 자주하게 되면 교사는 보여주는 수업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보여주는 수업만이 교육인 줄 알게 되면 교육의 본질이 왜곡되기 쉽다.
교육은 누가 뭐라 해도 교단에 선 교사가 신이 나야 한다. 교사가 신나는 학교, 교단교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나는 후배들에게 교육동지로서 교단의 선배로서 때론 미안한 생각을 한다. 우리 선배들의 불찰로 오늘의 이런 교육환경을 만들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교과부는 교단을 중시하고 교사가 존중받는 풍토를 만들기에 노력하고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생뚱맞은 계획으로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교단을 흔드는 일은 제발 그만해야 한다.
우리 교사는 어린이를 사랑하고 좋은 교사로서의 품성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올 한 해도 부지런히 노력을 해서 학부모로부터 존경받는 교사가 되어야 하겠다.
2010년 1월 11일 (언론보도를 보고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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