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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늦가을 흐린날 저물녘에 찾은 표충사

by 달빛3242 2015. 12. 24.

11월 15일, 아들네 집에서 휴일을 손자들과 놀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오후가 한참 지난 시간에 밀양의 표충사를 찾았다.

날도 흐리고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런 날이 분위기가 좋다는 아들의 의견에

부랴부랴 손자들의 간식거리를 챙겨서 길을 나선 것이다.

 

 

 

 

 

밖에 나오면 큰손자는 언제나 제 할머니 손을 잡고 작은손자는 내 차지가 된다.

사진만 봐도 귀여운 손자의 고사리 같은 손의 촉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오후 5시 넘어서 도착한 표충사는 늦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산세와 절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서

한 눈에 보기에도 참 좋은 위치에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각과 요사채들도 난립하지 않고 가운데 큰 광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안정적으로 배치가 되어있다.

손자들과 사찰을 둘러보는데도 다른 절에 비해 용이했다. 

 

 

 

올 가을은 선운사 단풍 대신 표충사 단풍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마음 아픈 일이 있어서인지 단풍이 더욱 애잔해 보였다.

헛된 바램이지만 부처님께 간절히 소원 하나 빌었다.

 

 

 

 

  표충사에 가면 표충비가 있는 줄 알았다.

기대를 가지고 둘러봐도 없어서 물어보니 10여리 떨어진 곳에 있다해서 볼 수 없어 참 안타까웠다.

 

 

 

 

 

손자들이 법당 앞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할머니가 부처님께 인사하라고 하니 두 녀석이 인사를 한다.

"부처님, 안녕하세요?"

 

 

 

 

 

 

너무 늦게 도착해서 절에서 머문 시간이 채 1 시간도 안되었지만

손자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표충사는 나중에 다시 와서 꼼꼼하게 둘러봐야겠다. 

 

어둠이 내리는 절을 뒤로 하고 차를 타려는데 작은손자가 고집을 부렸다.

차가 좀 높기 때문에 작은손자를 번쩍 안아서 의자에 앉혔더니

"준이 혼자! 혼자!" 하면서 막무가내로 차에서 도루 내리려 해서 할 수 없이 내려주었다.

이번에는 작은 손자가 혼자 차에 오르는데 며늘아기가 조금 도움을 주었다.

그랬더니 또 차에서 내리겠다고 울며불며 떼를 쓰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또 내려줘야했다.

작은손자가 세번째로 차에 오를 때는 어른들 모두가 지켜보기만 했다.

25개월 작은손자는 혼자서 천천히 차에 올라 의기양양 자리에 앉았다. 

 

자동차에 오르는 것 쯤이야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른들이 자꾸 방해를 하니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작은손자는 무엇이든지 스스로 할려고 해서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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